밤의 시간 NIGHT-TIME

December 6, 2016

정연지展 / CHUNGYONJI / painting 2016_1202 ▶ 2016_1214 / 월요일 휴관

우리의 이미지에 대한 기억은 온전한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 다시 가본다. 생소함과 익숙함이 끝없이 교차한다. 단순히 물리적 다름에 의한 생소함이라기엔 그 사이에 공존하는 익숙함이 걸린다. 이곳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혹은 나의 기억으로 만들어낸 장소의 맥락 때문인지 과거의 익숙함은 순간순간 현재 혹은 미래의 생소함에 파고든다. 이미 나는 지금 그곳에 있는 이방인이자 과거의 주민이다.

 

우리는 종종 생활에 익숙한 주변의 풍경을 이방인들은 낯설고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그저 일상인 서울에 대하여,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높은 빌딩과 한국식 고궁, 산, 넓은 강이 함께하는 그 풍경을 상당히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도시 같다'는 감상을 들은 적 있다. 이방인의 시선은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접근하도록 한다. 시각부분에 비전문적인 관광객은 직접적인 시각적 요소와 도상 안에서 다름과 유사함 찾고 이를 공상과학이라는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미지에 대한 전문가인 화가는 어떨까. 그들은 어떻게 일상 속에서 특정 시각요소를 끌어내고 이를 조합할까. 정연지 작가는 사회경제적 상황, 레지던스 시스템과 같이 개인의 선택보단 환경과 타인에 의해 작업환경의 이동이 잦았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우리와 달리 지속적인 낯섦과 능동적인 태도를 가지고 주변을 바라본다. 특히 시각적인 풍경들에 변화하는 사회맥락적, 시간적 레이어를 더하여 더욱 입체적으로 풍경들을 섬세하게 인지한다. 하루 중 밤의 시간은 작가가 작업을 할 때 가장 정적인 시간이자 생각이 정리되어가는 과정의 시간이다. 지나가는 이방인이나 관광객과 달리, 새로운 곳-대구발전소 레지던스에서 일정 기간을 머물러야했던 작가는 본인이 가장 주변에 방해 없이 집중할 수 밤의 시간만큼 능동적으로 주변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그녀가 다각적인 측면에서 시간과 공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을 나름의 과학적/객관적 태도로 가상하여 그리는 풍경들은 담담하고 일상적이지만 맥락적인 부분에서 공상과학적이다.

 

이번 전시, 『밤의 시간』에서 정연지 작가는 주변 이미지 중 일부만을 가져와 재조합한다. 이는 프레임 안의 구성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드로잉과 사진들의 연작인 『밤의 시간』시리즈에서 각각의 프레임들을 개별적인 단위로 접근해 전시 공간 안에 연출한다. 그렇게 작가가 이미지를 선택하고 재조합한 전시공간은 관객에게 일상적이지 않은 복합적인 밤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풍경 속의 건물들은 신축건물부터 빈집까지 각각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어, 변화의 순간들을 연결시킨다. 선택한 이미지들로 재조합한 담담한 풍경은 개별 이미지들 사이에 마찰, 변화, 조화를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직접적인 도상들의 구성에서 바로 드러나는 공상과학적 접근보다 고차원적인 심상을 가진다. 관객은 전시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이미지들 사이에 관계를 추리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관계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는 전시를 통해 정연지의 작업 방식은 관객의 감상방식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즉, 관객이 작가의 조합방식을 얼마나 읽어낼 수 있는가보다 추론하고 새로운 관계를 발굴(mining)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매체가 가진 완결된 결말이 아니라 관객의 열린 재해석을 가능케 하는 동시대의 본 전시에서 앞으로 만들어낼 다양하게 확장되는 "밤의 시간"들을 기대한다. ■ 김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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