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화법 Indirect Speech

March 16, 2017

박은영_허성진 2인展

2017_0321 ▶ 2017_0330 

초대일시 / 2017_0321_화요일_06:00pm

2017 아트스페이스오 한달 레지던스 공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화법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좁은 의미의 간접화법은 타자의 발언이나 문장을 인용하는 형식을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말을 하면서 산다. 발화는 항상 타자가 있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행위로, 목적과 결과 자체가 분명하게 존재한다.(결과가 예상과는 다를 수 있지만 결과 자체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래서 수행자들이 택하는 묵언수행은 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업을 씻고 내면으로 침잠해 자신으로 깊이 파고드는 수행으로, 타자가 침범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다. 타자가 없다면, 아마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전시 『간접화법』은 박은영, 허성진의 2 인전으로 두 작가가 간접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전시장으로 옮겨놓았다. 예술작품의 생산은 발화처럼 언제나 타자를 전제하며 예술가들의 발화는 말이 아니라 이미지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조형 언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의 작품은 특히 서로를 향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작가는 한달 간의 레지던시 기간동안 한 공간에 함께 있는 시간에 대한 대화로 작업과 전시를 진행한다.

박은영의 작업은 작은 웅얼거림에서 시작되어 점차 정확한 말의 형태를 가지게 된다. 단지 순간을 복제한 이미지에 불과했던 사진에서 출발한 작품은 먹지를 덮어 반복되는 드로잉에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획득하고 정확한 하나의 언어로서 기능하게 된다. 반복된 드로잉의 시간 속에서 이미지는 본 이미지 자체의 고유성을 잃고 과정을 가진다. 결국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작가의 가장 깊은 곳의 말-언어-이미지이다. 결국은 세수를 막 끝난 하얗고 말간 얼굴을 마주보게 되는 것이다. 먹지에 여러번 선을 올리다보면 먹지는 찢어지고 선은 생겼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드러나는 것은 결국 드로잉 그 자체이다. 박은영은 작업을 하는 과정마다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여 내러티브를 생성한다. 그래서 과정 자체가 하나의 또다른 언어이며, 과정과 결과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최종적으로 탄생한 작품-언어에서 보여준다. 시간이 쌓인 이미지를 ‘인용’하여 작가는 간접적으로 작가의 내면과 감정을 내보인다.

 

 

허성진의 작업은 처음부터 정확한 말의 형태로 시작되며 글과 이미지가 혼합된 형태로 변형된다. 언어가 시작되는 시점은 그림이 있던 자리이다. 그림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그 자리에 그림을 지우고 글을 쓴다. 그리고 글을 지워가며 하나의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텍스트 '전갈이야기'(2017)은 이야기와 함께 문장을 지우는 과정에서 남은 문장들로만 구성된 마치 시와 같은, 핵심적이고 압축된 어떤 소스가 보여진다. 작가는 전갈을 통해 의미를 묻는다. 전갈은 자신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신에게 주어진 생물적 조건들에서부터 찾아보지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자신에게서 나온 액체로 집을 지은 전갈은 그 안에서 완전한 휴식을 맛보고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이 존재의 의미로 남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작가가 텍스트 위에 물감을 덮고 펜으로 그음으로 잊어도 되는 말과 남아야 하는 말이 나뉘어진다. 결국 남은 것들은 작가의 가장 깊은 곳의 언어, 그리고 지워진 문장들과 남겨진 문장들로 구성된 하나의 이미지는 작가가 사실은 말하고 싶었던 어떤 민낯의 말-작품이다.

 

박은영이 자신의 감정을 내보인다면, 허성진은 수수께끼를 던진다. 박은영은 슬쩍 또 은밀하게 감정을 서서히 보여준다면, 허성진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미를 읽어주길 바란다. 한 사람은 감정을, 한 사람을 의미를 보이면서 두 사람은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이 누구의 감정인지, 누구의 의미인지 인식하지 못하게 되며 서로의 민낯을 마주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제작한 박은영의 영상작품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다'(2017)는 서로의 작업 과정을 담은 모습이 혼합되어 보여진다. 대화란 주고받는 것이며 꼭 말이 아니라 신체로, 시간으로 간접적으로 나눌 수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대화라는 것이, 이제 우리가 잠도 잤고 밥도 먹었고 커피도 마시고 있으니 이제 해보자. 자 너부터 말해봐. 너의 가장 깊은 곳의 그 이야기를. 내가 다 들어볼게. 라고 자리 잡고 앉는다고 해서 시작되지 않는다. 서로 옆에서 부대끼면서 싸워가며 가끔은 상처도 줘가며 안쓰러워하며 젓가락질을 어떻게 하는지, 손톱이 자라는 모습을 함께 보는 와중에 한 마디 툭 던진 것이 밤샌 대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부대끼며 박은영은 감정을, 허성진은 의미를 이야기한다. 결국 그것들은 말한다고 해서 온전히 말해지지도, 이해되지도 않는 것들이다. 간접적으로만 말해지는 것이 있다. (예컨대 시간, 꿈, 그리움, 사랑 같은 것들) 그리고 간접적으로만 말해지는 것은 결코 말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것들은 다른 것들을 인용해서 말해져야만 하고, 그래야 더 잘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시는 완벽한 간접화법이다. ■ 이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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