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October 11, 2017

김성래展 / KIMSUNGREA / 金星來 / sculpture. installation, drawing

2017_1020 ▶ 2017_1030(휴관 없음)

초대일시_2017_1020_금요일_05:00pm

안녕하세요?_60x30x30cm_돌출 간판에 LED 점멸 프로그램_2017

 

 

“안녕하세요?”

 

낯 모르는 소녀가 다가와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합니다.

소녀는 여러 곳에서 문득문득 나타나 때론 왁자하고 때론 고요한 내 일상 속에 머물다가 사라졌습니다. 인사를 남기려고 소녀가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모릅니다. 이 낯선 소녀와 인연이 된 것은 뉴스로 보았던 어떤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절규하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로 얼핏 소녀의 얼굴사진이 보였습니다. 난 나에게 인사를 건넨 소녀의 모습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었던 더 어릴 적의 모습으로 상상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3년간 소녀의 모습을 여러 작품 속에 그려냈습니다. 소녀의 세상은 그저 풀과 나무가 자라고 꽃이 만발하며, 강아지와 고양이가 함께 뛰놀면 되는 세상이기를 바랬습니다.

 

무엇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탓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무구하기 짝이 없는 그런 세상이면 되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큰 사건 속에 끌려 들어가 희생되는 그런 세상이 아니기를... 그리고 그런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역설적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고 그 속에 소녀를 담게 되었습니다. 산 자들은 지금도 그 슬픔의 주인공이 자신일 수도 있는 오늘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도 산 게 아닌 채, 산 자와 망자의 사이 어딘가에서 불안하게 서성거립니다. 매일 시끄러운 뉴스 사이에서, 그 후에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식은 없었습니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피폭된 사람들과 테러 당한 아이들, 전쟁과 오염된 환경에 버려진 사람들... 멀리서 그들이 보내는 안부 인사를 받습니다.

 

“안녕하세요?”

 

2017년 10월. 작가 김성래

 

난민_60x85cm_특수지에 유채_2017

사소하고 오래 된 슬픔들 설치 전경

이브-소녀들의 조상_우레탄폼, 지점토, 드로잉, 우레탄코팅_50x60x50cm_2017

강을 건너는 소녀 설치전경_우레탄폼, 지점토, 드로잉, 우레탄코팅_조각 가변설치_2017

 

이 전시에는 여섯 개의 이야기가 제시되어 있다. 먼저 이들 이야기들이 분절되어 있다는 점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비교적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서사에서 요구되는 일정한 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전시에서 드러나는 서사성은 조형성으로 풀어낸 서사성이며, 그러한 서사성이야말로 소설이 추구하는 서사의 근대적 어법에 가장 근접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플롯이라고 말하는 서사의 구성은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데, 이는 서사가 줄거리와 같은 내용이 아니라 그것이 분절되어 배치된 결과 즉 형식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전시공간에 배치된 여섯 개의 스토리는 일종의 플로팅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와는 달리 그 플롯은 작가만의 권한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공유한 권한이 된다. 전시공간에서 관객은 자유롭게 여섯 개의 배치된 스토리들을 어떤 동선에 따라 관람하느냐에 따라 다른 플로팅을 할 수 있다. 이 점은 조형예술이 갖는 한계를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서사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매체를 통해 다양한 플롯의 선택이 가능한 서사가 실현되고 있다 하더라도, 디지털 공간이 아닌 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선택은, 관객으로 하여금 몸과 지각을 통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감동을 독자는 현실공간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송효섭(서강대 교수)-

응어리1,2_우레탄폼, 지점토, 드로잉, 우레탄코팅_가변설치_2017

 

김성래의 이전 작품이 아브젝시옹과 언캐니를 기용한 형식적 특징 위에 개인적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 미시서사(micro narrative)의 전개였다면, 요즈음의 작품은 동화적 변형과 장르의 통합 위에서 자본과 폭력, 환경과 생명을 이야기하는 거대서사(grand narrative)를 펼쳐 보인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언뜻 보기에 태초의 아담이 처음으로 본 세상을 그려낸 듯, 경이와 찬탄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듯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사랑스럽고도 경쾌한 문채(文彩, trope)로 요리해 냄으로써 대비효과를 이끌어내는 수법이 능청맞도록 노련하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 <플래툰>에서 병사들이 민간인 마을을 불태우고 나오는 장면에서 새뮤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배경으로 깔리는 것이라든가, <베테랑>에서 부당 임금에 항의하던 트럭 운전기사가 그 회사 사무실에서 죽도록 얻어맞는 대목에서 벨리니의 <정결한 여신>이 흐르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니까 이번 전시는 그 주제에 있어서나, 형식에 있어서나, 표현기법에 있어서나, 모두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의 구조를 취함으로써 극적 효과를 얻고 있다. 다시 말해  절망과 구원, 평면과 입체, 어린이다움과 괴기스러움 등이 공존하며 변증법적으로 충돌하며 생성 변화한다. -오상일(조각가, 미술학박사)-

작업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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